2013년 7월 21일 일요일

윈도우와 터치 인터페이스의 미래

Touch: Where Microsoft Went Wrong

최근의 서피스 RT의 실패와 더불어 생각나는 것은 MS의 주력 컨슈머 제품 중 하나인 윈도우가 과연 터치 기반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지일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럴 거라 믿고 많은 리소스를 쏟아부은 것 같지만 그 결과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 오는 사람들 수 만큼이나 미미하다다고 본다 (최근에 미국 곳곳에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가 -- 주로 애플스토어 근처에 -- 생겼지만 사람은 여전히 애플 스토어에 북적인다. 뭐 당연하겠지만).

문제는 20여년간 키보드와 마우스 위주로 짜여진 프로그램이 그렇게 쉽게 터치 기반으로 바뀌지 않을 거라는 거다. 파괴적 혁신의 예를 들지 않아도 이건 어렵다. 윈도우 사용은 즉 인터넷 사용 (브라우저, 온라인 비디오), 오피스 (MS오피스, 아웃룩), 서버(여기선 제외)등등으로 나누어진다고 볼 때, 보통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커버하지 못하는 분야는 바로 오피스이고 결국 윈도우 태블릿을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MS오피스군이 어떻게 터치에 대응하는지를 보게 될 텐데 일전 MS스토어에서 만져본 서피스의 오피스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냥 메뉴를 터치 가능하게 된 정도이고 리본 인터페이스는 그대로이고...

결국 윈도우8에서 컨슈머 OS를 터치 기반으로 재정비하려는 MS의 시도는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MS가 잘 했던 점은 OS보다는 좋은 사용자 소프트웨어 (오피스, 비주얼 스튜디오, 포토샵, IE. 그리고 아무거나 설치할 수 있는 자유 등)으로 사용자를 사로잡았던 것인데 현재까지는 MS의 주요 소프트웨어 중 어느것도 터치 인터페이스에 최적화되거나 바로 이거다! 할 정도로 바뀐게 없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것인데, 제일 중요해 보이는 MS오피스를 터치에 맞게 탈바꿈하는 문제에서는 이건 처음부터 무리가 있는 도전이라 본다.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태블릿 중 어느것도 컨텐츠 '생성'에는 적합하지 않다. PC + 윈도우나 PC + 맥OS는 컨텐츠 '생성'에 최적화되어 있고 이는 정밀한 제어를 가능하게 하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터치로 가는 순간 현재로서는 컨텐츠의 정밀한 생산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하면 철저히 MS의 선택은 '컨텐츠를 즐기는 쪽'과 '컨텐츠를 만드는 쪽'을 나누는 수 밖에 없다. 즉 터치 위주의 '컨텐츠를 즐기는 쪽'과 키보드+마우스 위주의 '컨텐츠를 만드는 쪽'이 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조이패드 기반의 '게임'이 들어가게 되므로 (MS의 XBox 게임 비지니스를 생각한다면 당연하다) 결국 세가지 인터페이스에 맞추어 서로 다른 접근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생각이 된다.

MS는 이외에 키넥트를 통해서 동작인식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는 가장 앞서 있다. 따라서 애플/구글 진영에 대해서 차별화를 통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자 한다면 과감히 터치를 버리고 (또는 부가 기능으로 전락시키고) 동작인식을 기반한 모바일 디바이스 (현재까지는 PC나 XBox 같이 고정된 디바이스에서만 지원 하지만)으로 가 버리는 것도 방법이다. 가령 구글 글래스 같은 것은 만들되, 음성 인식 기반이 아니라 동작 기반으로 명령을 수행 한다든가, 스마트폰을 만들되 터치도 되지만 그 위에서 손가락을 까닥거리는 것으로 명령 수행이 가능하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 본다.

어찌 되었든 현재까지의 통합 OS전략 및 터치 위주 전략은 더 이상 가망이 없어 보이고... 장점을 가장 잘 살리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 아닐까. PC가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다시 부활할 가능성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2013년 7월 4일 목요일

공인증서 관련 법 논란과 공인넷 망상


공인인증서 관련 법안 논란을 보고 있으면, 어쨌든 유지하자는 쪽의 주장은 나라가 책임지고 있고 (=공인) 관련 산업에 대한 영향을 무시할 수 없으니 괜찮다는 식인데.. 기술적인 이슈야 사실 공인인증서 시스템에 다 넣을 수도 있을테니 이건 본질적인 면에서라면 기술적인 이슈 보다는 국민의 생활에 정부가 어느정도까지 대표성을 갖고 간섭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생각이 된다. 다시 말하면 공정한 경쟁과 국가가 대표해야 하는 일 (공정성을 저해하면서도 국민의 이익을 위한)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것인데, 관공서와 일반 회사의 구분이 그러할 것이다.



물론 내가 잘 이해 못하는 것은 항상 공인인증서가 표준 기술이라고 강조하면서 - 정확히 말하면 표준 기술의 응용 - 한번도 IE가 아닌 브라우저/윈도우 아닌 OS에서 어플리케이션 설치 없이 동작하는걸 보여준 적이 없다는 것) 만약 공인인증서가 여러 브라우저나 OS에서 문제없이 돌아가는 형태로 구현이 되었다면 사실 이런 논란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즉 기술이 낡았네 보안성이 있네 없네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앞장서서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어디까지이어야 하고, 만약 그렇게 해야 한다면 그것들은 어떻게 관리되어야 하는냐에 대한 문제가 아닐까. 특히 이런걸 애국심과 연결지으면 배타적으로 되기 쉬운데, 가령 '공인' 무언가가 없어지면 해외 업체가 들어와서 시장 장악... 이런 이야기 흔하게 듣는데 안그래도 폐쇄적인 국내 시장을 생각하면 사실 허무하지 않나 싶다. 국내에서 아이폰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 생각해 보자. 또 반대로 우리나라 시장은 좁으니 자신들이 해외 진출을 하고 싶을 때는 그 나라에서는 진입 장벽 없는 자유 경쟁을 원하고, 남들이 자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외산 업체/솔루션의 국내 장악...' 이라고 비판적이 된다면 스스로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만약 정말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위해 무언가 안전한 것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면 과감하게 '공인넷'을 만드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DDOS, 해킹 등을 막기 위하 TCP/IP 와 같은 '안전하지 못하고 해킹에 취약한 기술' 대신 정부에서 이러한 점을 보완하는 '공인넷 프로토콜'을 '산학협력'으로 개발하고, 관련 국내 라우터 및 스위치 사업을 육성하고, 정부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민원/증명서 등등의 업무를 보기 위해서는  '공인인터넷 프로토콜'을 통하도록 하고 (강제가 아니라는 점이 포인트!) 접속하기 위해 물론 공인 인증서를 사용해야 하고 (그러면 사이트에 접속하는 순간 본인 인증이 되고 접근 부인이 불가능함) 이를 위한 관련 공인넷 VPN 프로그램을 널리 보급하면 우리나라 인터넷은 외국으로부터의 해킹에 안전하고 국민들도 편리하고 나라에서 보장하는 편리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을 텐데 -- 물론 샵메일도 미국이 모니터링한다는 gmail 대신 국민들에게 널리 보급하도록 가령 각종 인터넷 증명서 발급은 샵메일로만 발송이 되도록 -- 좋지 않을까? 일전의 망상인 윈도 XP 기반의 '공인OS'에 공인넷 프로토콜 스택을 탑재해서 배포한다면 국민들은 비용 없이 이용 가능할 것이고.

공인인증서 체계보다 훨씬 더 높은 이상을 정부 IT와 관련 부서는 가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