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25일 수요일

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휴간 소식을 듣고

월간 `마소` 역사속으로

한국의 컴퓨터 월간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애칭 '마소')가 12월호를 마지막으로 휴간 (이라고는 하지만 언제 재개될지 모르므로 폐간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은것 같다)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최근호는 거의 읽지 않았고 정기구독도 한 적이 없는지라 큰 도움은 되지 못했지만, 오래전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PC를 시작한게 84년 즈음 (집에 FC-150이 들어왔을 때)인데 당시에는 컴퓨터 잡지가 기억나는 것이 컴퓨터학습(나중에 마이컴으로 변경), 학생과컴퓨터, 마이크로소프트웨어 정도였다. 다른게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위 3종은 동네 서점에 가도 항상 볼 수 있었으니 구하기도 쉬웠고. 컴퓨터학습이나 학생과컴퓨터는 주로 학생 계층 내지는 초보자 대상이었고 내용 자체도 보기 쉬운 내용 내지는 8비트 PC (SPC, FC, 애플계열) 위주였는데 비해서 마이크로소프트웨어는 8비트도 다루지만 16비트도 당시 일부 있었고 (IBM-PC가 81년에 발표되었다. 당시 CPU가 인텔 8088인데 이게 8비트와 16비트의 중간 정도라... PC XT에서 8086을 채용하면서 본격적으로 16비트 PC가 된 것으로 기억한다) 꽤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고 잡지도 두꺼웠다.

FC-150은 워낙 자료가 귀해서 아파트에서 누가 내다버린 금성전자의 내부 소식지(?)랑 폐품으로 내놓아져 있던 FC-150 모니터 매뉴얼을 주워다 닳도록 읽고 있었는데 BIOS를 다루려면 역시 베이직으로는 한계가 있었고 곧 기계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Z80 어셈블리를 다루어야 하는데 FC-150은 어셈블러를 구할수가 없었고 베이직으로 어셈블러를 짤 능력은 안되는지라 (아마 본 책 중에 SPC-1000용의 베이직으로 만든 Z80 어셈블러/디스어셈블러가 있었는데 베이직의 차이 때문에 변환을 포기 했었다) 고민하던 와중에 마이크로소프트웨어 84년 11월호(정확하게 알 수는 없는데 창간 1주년호로 기억하니 아마 그게 맞을거다. 마소는 83년 11월에 창간)를 보게 되었는데 Z80 어셈블리가 0x00 ~ 0xff 까지 (2바이트 명령도 있으니 그거 포함) 몇페이지에 걸쳐 실려 있는 것을 보았고 그걸 당장 사온 다음에, 손과 노트를 사용해서 일단 어셈블리 언어로 (LD A, 30H 이런 식으로) 적고 그걸 다시 잡지를 보면서 기계어로 변환 (위 명령을 변환하면 3E 30 이다. 다시 찾아 봤음)해서 그걸 베이직으로 자작한 (주로 BASIC-G를 썼다) 모니터를 통해서 입력하고 실행하는 식이었다.

당시에 모니터(Monitor)라고 하면 기계어 덤프하고 입력, 실행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칭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보통은 베이직의 PEEK, POKE, CALL 문으로 직접 메모리를 다루었는데, 한바이트씩 다루어야 하니까 아예 베이직으로 간단한 프로그램을 작성해서 데이터 입력이 가능하게...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다음과 같은 식이다.

> D 1000
1000 00 00 00 00 00 00 00 00
1008 00 01 02 03 04 05 06 07

1000번지부터 내용을 덤프(화면에 출력)

> I 1000
3E 30

1000H번지 (지금은 보통 0x1000 이라고 하는데 당시에는 1000H 라고 했다)에 다음 줄부터의 내용을 입력

> G 1000

1000번지의 내용부터 실행 (Program Counter를 바꾸는 식)

저장이야 당연히 카세트 테이프에 하는 것이고...

어쨌든 모니터까지야 어찌어찌 작성 가능했는데 손어셈블이라는 걸 가능하게 해 준건 바로 마소의 덕이었다. 그 이후에 종종 사 보았지만, 마소에서는 FC-150을 거의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주로 MSX나 SPC-1000용의 기사를 보며 침만 흘리거나 실려 있던 작성된 베이직 프로그램을 변환해서 사용하다가, 86년말에 IQ2000을 갖게 되면서 MSX2 발표에 따른 해설 기사에 (아마 정내권씨가 썼던 것으로 기억 하는데 아닐 수도 있다) 나와 있던 그래픽 데모 프로그램을 돌려 보기도 하고, 이후에는 MSX 관련해서 몇가지 좋은 기사가 있어서 80년대 후반까지는 종종 사 보았는데, 16비트 위주로 기사가 바뀌면서 (당시에 안철수씨가 바이러스 관련해서 연재하곤 했었다) 거의 보지 않게 되었다.

MSX관련해서는 MAD-80이라는 (FC-150시절에 그토록 바라던) 모니터/어셈블러/디스어셈블러가 통합된 프로그램이 실렸는데, 이달의 디스켓테이프... 를 구할 돈은 없었고 잡지에 실려 있던 16KB분량의 기계어를 며칠에 걸쳐 다 손으로 입력해서 MAD-80을 실행했을 때의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더 이상 손어셈블을 안해도 되니까. 그 즈음쯤 가면 잘 쓰는 명령은 거의 외우고 있었지만, 상대 점프같은거 쓰려면 주소 계산까지 해야 하는데 기계어 변환이 안되면 주소 변환이 안되고...

나의 마소에 관한 기억은 주로 8비트 PC에 관한 것이니 이미 30년이 다 된 일이지만, 그만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잡지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건 매우 아쉽다. 몇년전에 서점에서 사 볼일이 있었는데 (회사 사장님 인터뷰나 같이 일하던 편용현님 인터뷰 실렸을 때) 두께가 예전에 알던 것 반 정도밖에 안되어서 꽤 놀랐던 기억이 있다. 물론 이제는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자료가 훨씬 최신이고 품질도 좋아 졌으니 잡지의 필요성은 많이 줄었을 테지만 당시에는 마소가 최신 자료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 중 하나였다.

어렸을때 꿈 중의 하나는 마소에 기고하는 거였는데 결국 이루지는 못했지만... 언젠가 다시 꼭 부활하는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







2015년 10월 17일 토요일

매직 트랙패드 2






발매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신청 했는데 배달 보다는 픽업 가능한 애플스토어 목록을 보다 보니 애플 본사 위치에 있는 Infinite Loop 의 애플스토어가 뜨길래 호기심 반으로 그쪽에서 픽업하기로 했습니다. 이 애플 스토어는 지난 9월에 원래 있던 컴패니 스토어 (여기서는 애플 제품은 안팔고 기념품이나 각종 악세사리만 팔았던 걸로 기억 하는데) 대신 새로 열렸습니다. 실리콘밸리 와서 한번 가볼만한 곳이 생겼다고 보시면 됩니다. 여기가 애플맵의 지도 아이콘 바로 그 위치라... ^^ (어 근데 iOS9 를 다시 보니 좀 헷갈리는군요. 예전에는 Infinite Loop 가 바로 보이는 아이콘이었는데) 앞에서 사진 찍는 사람도 많고요.


제가 갔을 때에는 중국인과 한국인이 무척 많았습니다. :) 평일 점심시간대 방문하는 건 주차장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네요. 여기까지는 일반인도 그냥 들어올 수 있습니다.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방문할 만한 애플 스토어는 역시 스탠포드 쇼핑몰 점인데 일단 크기가 압도적으로 제일 크지요. 스탠포드대학교 구경할 때 돌아오는 길에 갈 만 한데, 굳이 팔로알토까지 갈 일이 없다면 쿠퍼티노 애플 본사의 애플 스토어도 어떨까 합니다. 아 문제는 여기는 매우 작아서 다른 애플스토어에 가본 분 있으면 매우 실망합니다. 지금까지 본 애플스토어중 가장 작은 수준.

매직트랙패드 2 (왼쪽)는 기존 매직 트랙패드와 비교하면 모양이 와이드... 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구 버전은 배터리를 넣어야 하는 부분이 위쪽이 동그랗게 되어 있는데, 이번에는 그런건 없고 바닥에 평평하게 붙습니다. 경사는 약간 있지만요. 그리고 충전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후면에 전원 스위치와 라이트닝 단자가 있습니다. 뒤에서 보면 이런 식입니다.


매우 고마운 점은 패키지에 라이트닝 케이블을 하나 동봉했다는 점입니다. 애플 정품 케이블은 비싸거든요. 동봉된건 길이로 봐서 1m 모델인데 이것만 해도 $19 씩 하는지라...

그리고 제대로된 사용을 위해서는 OS X El Capitan 이 필수로 생각 됩니다. Yosemite 에서 붙였을 때에는 (2012년 맥북 프로) 일단 마우스로 인식이 되고 (화면에 그렇게 나오더군요), 이단 클릭(포스터치의 한번 더 깊이 누르는 것)이 안되고, 두 손가락 스크롤이 안되는 등 문제가 많으므로 OS도 맞추는게 좋습니다. 겸사겸사 업그레이드 하니까 별 문제 없이 잘 되네요. 케이블만 연결해도 동작한다고 하니까 충전중에는 그냥 케이블만 연결해 주면 됩니다.

전에 포스터치 달린 맥북 만져봤을때에도 이 포스터치라는게 매우 신기한데 후면의 전원을 끄면 그냥 딱딱한 판일 뿐이지만 전원을 넣으면 두번 눌리는 감촉이 매우 신기 합니다. 그 기능을 제대로 쓰려면 소프트웨어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하는데, 내장 앱에서는 되는 것들이 있고, 앞으로 많아질 것이라 예상 합니다. 아이폰도 그렇고 맥북 하드웨어에서는 이제 기본으로 생각이 되니까요.




2015년 9월 7일 월요일

COIN 리뷰


COIN은 샌프란시스코의 Coin, Inc. 에서 만든 신용카드형 결제 장치이다. 일종의 핀테크라고 할 수 있는데 국내에서는 여러가지 이유로 전혀 관심이 없는듯 하지만... 미국에 있는 관계로 예전에 올려 두었던 프리오더를 몇달전에 보내 주었는데 사용기에 대해서 까먹기 전에 써두고 싶다. 현재는 미국에서만 구입 가능. 사용 자체는 해외에서도 가능한 듯 싶은데 COIN을 설정하려면 계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 계정은 미국에서만 만들 수 있다.



COIN은 쉽게 말하면 신용카드처럼 쓰면 된다. 크기도 신용카드랑 동일하고, 뒷면에 자기대 (Magnetic Stripe)와 사인할 곳이 있다는 점도 동일한데 실제 보내준 버전은 뒷면에 개인 이름도 써 있다. 초기 버전에는 없었는데 개인 표시 및 상점에서 혼란을 막기 위한 용도인듯.

이 카드가 독특한 점은 사용자가 자신의 카드를 여러개 COIN에 등록해 주고 신용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하면 일종의 신용카드 복제 장치... 라고 보면 되는데, 카드를 등록하려면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폰이 필요하고, COIN 박스에 동봉된 카드 리더 (이어폰 포트에 연결)를 통해서 직접 긁어 주거나, 카드 정보를 수동으로 입력해 주면 된다. 이렇게 해서 최대 8개까지 카드를 등록할 수 있고, 평소에는 아무런 동작을 하지 않지만, 사용 직전에 전면의 원형 단추를 눌러서 (위에서 오른쪽 위의 원이 그려진 부분이 실제 눌려진다) 깨우고 다시 같은 단추를 눌러 사용할 카드를 선택하고 나면 (카드 번호의 뒤쪽 4자리가 보인다) 그 상태로 일반 신용카드를 사용할 것 처럼 긁어주면 된다. 분실을 대비해서 폰이랑 블루투스 페어가 끊기면 자동으로 기능 정지가 된다. 이외 신용카드가 아닌 카드 (포인트 카드 등)도 등록 가능하나 실제 사용 가능한지는 안해봐서 모르겠다.

이렇게 하면 실제 여러장의 카드를 갖고 다닐 필요 없이 COIN 한장이면 된다는 건데, 실제 사용해 본 바로는 몇가지 문제점이 노출이 되는데...

  • 일단 결제가 잘 되는 곳에서는 꽤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다. 슈퍼마켓이나 주유소 등에서 사용해 보았는데 기존처럼 긁으면 되는 지라 평소랑 다를 것이 없다. 이점이 COIN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설명. ATM에서도 사용 가능하다고 하나 실제 시도해 보지는 않았다.
  • 이론적으로는 자기대 방식을 지원하는 카드 리더에서는 모두 문제 없이 돌아가야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호환되지 않은 상점이나 POS기기 리스트는 COIN FAQ에서 찾아볼 수 있다.
  • 폰이랑 페어링이 끊어지고 타임아웃 되면 사용 불능. 보안 기능이지만... 다만 인터넷 연결은 카드 등록 이외에는 필요하지 않으므로 실 사용에서 인터넷 연결이 필요하지는 않다.
  • 최대의 문제점이라면 아무래도 안되는데가 있을까봐 껄끄러우니 결국 신용카드를 한두장 같이 갖고 다니게 된다는 점.
보안에 대해서는 나름 신경을 쓴 부분이 보이는데 다음과 같다.
  • COIN은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 되고, 폰에 전용 앱을 설치해서 COIN 장치와 동기화한다. 즉 앱에서 사용할 카드를 관리하고, COIN과는 동기화만 한다는 점이 다름.
  • 선택후 긁으면 자동으로 락이 걸리고, 앱에서 위치 추적이 가능
  • 폰이 리셋되면 처음부터 다시 등록해야... 기존에 있던 COIN도 사용 불가능이 되므로 리셋 후 다시 동기화해야 함. 잃어버리는 경우를 감안하면 이렇게 하는 게 맞을수도. 다른 말로 하면 COIN 등록시의 계정에는 카드 정보를 애초에 업로드하지 않는다는 이야기.
국내에서는 아마 이런 종류의 기기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건 아마도 카드복제장치... 에 대한 거부감 내지는 합법성에 대한 의문일 텐데, 국내에서 이런거 팔아도 되는지 사실 모르겠다. COIN은 기존 카드사와 협력 관계가 아니다. 즉 허락 받고 하는게 아님. 그리고 마그네틱에서 칩 기반으로 옮겨가는 신용카드 시장도 관계가 있다. 이미 한국도 그렇고 유럽에서 카드 결제를 하면 보통 칩 기반 카드 + 사인 내지는 PIN으로 결제하는 경우가 이제 일반적인 경우인데 미국도 예외는 아니고 2015년 10월부터 카드결제하는 측(보통 상점)에서 EMV 기반의 카드가 아니면 사기 거래에 대한 면책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얼마 안 남았다). 따라서 기존의 카드 및 POS 시스템이 칩 기반으로 빠르게 옮겨가게 되는데 자기대 기반의 COIN은 칩 + PIN/사인에 대해서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이 최대 약점이 된다.

지금 발매중인 COIN 1.0 은 자기대 지원 방식이라 발표될 때 부터 이점에 대한 의문이 많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EMV 기반의 NFC 기능을 추가한 COIN 2.0 을 내놓기로 하고 기존 1.0 사용자에 대해서는 무료 업그레이드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아싸). NFC지원이라면 기존의 NFC방식의 스마트폰 결제 시스템과 유사하다고 생각이 되는데, 이게 애플 페이도 아니고 삼성 페이도 아닌지라 어떤 방식이 될지는 아마 2.0을 받아 봐야 알게 될 듯. 어쨌든 칩 + PIN기반의 방식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하는게 칩 방식 자체가 암호화 칩이라 자기대와 달리 복제가 불가능한지라 이게 된다고 하면 기존 카드 시스템 자체가 무너졌다고 봐야 하는지라...

사실 이러한 문제보다는 이 업체 자체의 문제도 있는데, 2013년에 프리오더를 넣어 놓고 까먹을 정도로 실제 제품 발송이 2015년까지 늦어진 문제가 있고 (중간에 얼리아답터 발송도 탈락...) 그 와중에 애플페이나 삼성페이 등이 런칭, EMV 칩 문제도 2015년으로 다가온 지라 2년 전에 실제 물건이 발송이 되었다면 좀 더 좋았을 텐데, 신뢰성의 문제도 포함해서 약간 실기했다는 느낌이 크게 든다.

애플페이나 삼성페이 이야기가 나와서, 차이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삼성페이는 실제 써보지는 않았으니 들어서 아는 한도에서만 이야기하면,
  • COIN은 아이폰 및 안드로이드 모두 지원. 카드 관리용 앱 설치 필요. 블루투스로 동기화. 폰에서 결제 하는게 아니라 COIN으로 결제.
  • 애플페이는 아이폰 최근 모델만 지원. 관리용 기능은 iOS 8 에 내장. 폰의 NFC로 결제하므로 다른 장치 필요 없음. 애플워치가 있다면 연동시킨 후에 워치로 결제 가능
  • 삼성페이는 삼성 안드로이드폰 최근 모델만 지원. 폰에 내장된 자기대 에뮬레이션 내지 NFC로 결제. 기어와는 아직 연동 안됨.
애플페이는 애초에 NFC방식이라 COIN과는 큰 관계가 없는데, 삼성페이는 기존의 자기대 카드 대신 자기대를 에뮬레이션해주는 자기장을 발생시킨다고 하고, COIN은 아예 자기대 자체가 달려 있다는 점이 큰 차이일 수 있다. 즉 미국 주유소나 ATM처럼 자기대 에뮬레이션으로 안되고 직접 카드를 넣어 주어야 하는 경우에는 COIN 방식이 유리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큰 차이라면 역시 카드사와 제휴를 했느냐 안했느냐인데, 애플페이나 삼성페이의 경우 카드사와 제휴해서 원타임 트랜젝션을 만드는 방식으로 보안성을 높인 것으로 아는데, COIN은 그냥 카드 복제에 불과하므로 기존 카드와 동일한 방식이라는 것.

COIN도 아이디어 자체는 좋아 보였지만 현실적인 구현 방식에서 여러가지 장벽을 만난 것으로 보이는데, 더 발전해서 NFC와 같이 새로운 방식도 모두 수용이 가능하고 폰 벤더에 관계 없는 범용 수단이 된다면 장래가 어느 정도는 있지 않을까. 또한 국내에서도 이런 것을 만들어서 판매 자체가 가능한지 핀테크적인 측면에서 법적인 문제는 없을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p.s. 유사한 제품으로 Qvivr 사의 Swyp 라는 제품이 있다. 현재는 프리오더 중인듯.













2015년 9월 4일 금요일

Apple Watch와 세가지 질문

사진은 굳이 올릴 필요 없으니 패스.

내건 밀레니즈 루프 42mm 모델인데, 사실 구매하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일단 시계줄 때문이라 말할 수 있다. 그냥 괜찮아 보여서.

애플워치를 차고 다니니까 (뭐 실리콘밸리에서는 꽤 보이는 편이다. 밸리 밖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마 별로 없겠지...) 가끔 사람들이 물어보곤 하는데 90%의 확률로 첫 질문은 왜 샀어요? 인데 보통 시계를 왜 샀냐고 사람들에게 물어보지는 않는걸 보면 기본적으로 애플워치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 짐작은 된다. 시계 사는데 큰 이유가 있을 리가 있나.

그러니까 애플워치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말고 (애플스토어 가면 테스트도 되고 직원에게 이야기하면 시착도 해 볼 수 있으니) 그냥 시계를 하나 샀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 거라 본다. 시계라는게 요즘에는 사치품에 가까워서 일단 일반 시계도 조금만 괜찮은 거 사려면 애플워치 가격 나오는 건 일도 아니니까. 따라서 본체에 색과 크기말고 다른게 없는 애플워치를 고를 때에는 그냥 시계줄 보고 사는게 정답이다. 이미 시계줄만 따로 팔고 있는데, 2세대가 나오게 되면 반대로 본체만 팔아도 좋을것 같다. 시계줄은 있는거 그냥 쓰면 되니까.

따라서 나도 90%의 시간을 그냥 시계로 쓰고 있다. 앱이나 부가 기능은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는데, 그 전에 차고 있던 페블을 생각해 보면 그것도 시계 이외의 용도로는 거의 쓸 일이 없어서 (기껏해야 노티 보는 정도) 시계 이상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두번째 질문은 시계 이외에 쓸만한 기능이 무언가 하는 건데 내가 볼 때에는 단연 Activity 이다. 이걸 추가하는 것 만으로 그전에는 활용성이 제로에 가깝던 아이폰의 Health 앱을 띄워 보는게 의미가 있게 된다. 그리고 하루 목표 채우기 위해서 굳이 더 걸어 다니게 되는 장점도 있고. 폰만 있을 때에는 Moves 앱으로 만보정도 채우는게 목표가 되었다면 워치의 Activity 앱으로는 다른 것들도 같이 볼 수 있게 되니 그런 점에서는 페블에 없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가격차가...)

그외 서드파티 앱들은 대부분 쓸모가 없어서, 원래 아이폰 앱으로 디자인 된 것들이라 사실 복잡한 UI가 불가능하니 일부 정보를 보는 정도밖에 못한다. 가령 애플워치에서 메신저 앱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채팅이 거의 불가능하고 메시지야 노티 보면 되는데. 시티뱅크 앱은 계좌 잔고 등의 요약 정보를 보여 주는데 이건 또 개인 정보가 너무 노출되는 것 같아서 싫고, Swarm 앱은 체크인이 가능한데 뭐 생각하던 그 장소라면 문제 없지만 장소를 바꾸어야 하면 그것도 꽤 귀찮다. 아직까지는 애플에서 제공하는 기본 앱 이외에 서드파티 앱중에 쓸만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고, 아마 향후에도 계속 그러지 않을까 한다. 주된 이유는 UI의 제약 때문인데, 이미 기본 기능과 센서 등은 기본 앱으로 충분한지라 어떤 혁명적인 앱이나 UI가 등장하지 않는 한 워치에서의 서드파티 앱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그외에는 노티 날아오고 페블 대비 한글 걱정 안한다는 것 정도. 용두 인터페이스는 신기하긴 한데 용두 단추와 그 아래의 단추의 용도가 사실 구분이 안되어서 이 부분은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애플로서는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 용두 하나만 남겨 두어도 충분할 것으로 본다. 오래전에 매킨토시용 마우스에 단추가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리고 하나만 갖고도 별 문제가 없다는 점에) 그런정도의 노력은 필요하지 않았나 본다. 용두만 있으면 더 시계같아 보이기도 하고.
 
세번째이자 보통의 마지막 질문은 배터리가 얼마나 가느냐 하는 것이다. 페블을 처음에 차고 있었던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배터리였는데, 페블은 정말 충전 안해도 일주일을 유지하기 때문에 큰 주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었다. 워치의 경우에는 하루밖에 안간다고 해서 불만들이 많았던 것으로 아는데, 하드웨어의 차이 때문이지 컬러와 터치 디스플레이를 갖는 경우는 다들 마찬가지인 것으로 안다. 그런데 내 경우는 주 용도가 시계와 Activity 라 그런지 (즉 조작할 일이 별로 없음), 9-10시간 정도 밖에서 보내고 퇴근해서 충전 케이블 연결하면 보통 75%는 남아 있다. 따라서 하루이틀 충전 잊어도 큰 문제는 없는데, 보통 폰이랑 세트로 들고 다니게 되다 보니 그냥 폰 충전할 때 같이 충전하는 버릇이 들어 버린다.

사실 충전케이블은 좀 불만이 있는데, 범용적인 USB를 애플에게 바라지는 않아도 라이트닝 정도였으면 호환성도 있고 좋았을 텐데 플러그가 없는 비접촉식의 충전 방식을 쓰는지라 동봉된 전용 충전 케이블이 아니면 애초에 충전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단점이다. 출장갈 때 케이블 잊으면 그걸로 끝이라는 이야기. 게다가 충전시에 별로 멋있지도 않고... 물론 '나의 소중한 애플워치에 케이블 단자 구멍은 안된다는!' 과 같은 디자이너의 마음은 이해 못하는건 아니지만.

아, Activity 이야기를 하면 '그냥 핏빗 사면 더 싸고 좋지 않나요?'하는 이야기를 듣는데 이건 시계로 산거고 나머지는 다 덤입니다. 그렇게까지 운동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고...

페블도 그랬지만 소위 스마트워치를 두개 써 본 입장에서는, 현존하는 하드웨어의 제약인지 상상력의 부족인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스마트폰처럼 범용적이 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 사실 이건 배터리 제약 등의 문제가 아니라, 그 작은 디스플레이를 갖고 할 수 있는게 UI의 제약이 가장 큰 문제이다. 스마트폰이 점점 커지는 이유가 답답해서인데, 워치는 갈수록 작아지지 커지지는 못하는 것이고, 완전 인공지능 음성인식이 당분간 될 리도 없고, 개인이 부담 없이 착용할 수 있는 몸에 바로 붙는 센서의 역할이 가장 크지 않을까 한다. 그외에는 아직 단순히 킬러 앱이 등장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따라서 원형이나 사각형이냐 배터리가 며칠 가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시계 외에의 용도에서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용도를 찾아내는 것이 제일 큰 과제일 거라 본다. 스마트폰 초기에는 다들 화면도 작고 해상도도 낮고 배터리도 얼마 못갔지만 몇몇 킬러 앱들 때문에 순식간에 확산 되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2015년 8월 16일 일요일

소니의 재림: 삼성

Everyone is making fun of Samsung's BlackBerry-like keyboard case for its new phones
http://www.techinsider.io/samsung-keyboard-case-2015-8

원래 미국은 애플 팬보이의 본고장이라 이런 반응이 나온다고 해도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은데, 블랙베리의 재림이니 뭐니 하기 보다는 아직 삼성이 스마트폰으로 하고 싶은게 무엇인지 스스로 잘 이해를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닌가 보다.

아마 물리 키보드는 블랙베리를 그리워하는 사용자 (한국에는 발매는 되었지만 애초에 끝물이라 제대로 팔린 적도 없으니)의 요청을 검토한 결과가 아닌가 싶지만, (뭐 그런 사용자 없지는 않다. 5년 전만 해도 미국 세일즈맨중 블랙베리 없는 사람이 없었는데 아이폰이 야금야금 잡아먹은 거니..) 사용자 요청에만 의존하는 것은 지금 같은 혁신 경쟁에서는 오히려 반대로 달려가는 것이라 생각.

단순하게 크기 비슷한 6+엣지와 넥서스6를 비교해 보자. 삼성 폰에는 휘어진 엣지 디스플레이가 달려 있고, 키보드가 달려 있고, 삼성페이가 달려 있는데, 그게 그렇게 큰 차이일까?

지금의 삼성을 보면 10년전의 소니를 보는것 같다. 당시 나는 바이오 노트북, 소니 카메라, 클리에 PDA를 모두 갖고 있던 (스스로 인정하기 싫은) 소빠였는데 지금은 맥북 아이패드 아이폰 애플워치를 갖고 있다. 어느시점에서 그렇게 되었는가 하면 1) 맥북 쓰면서 윈도 노트북이 필요 없어짐 2) 스마트폰 카메라가 좋아졌고 GPS태깅이 자동으로 되면서 SLR까지는 필요 없는 나는 스마트폰으로만 사진을 찍게됨 3) 클리에는 잃어버려서... ㅠㅠ 근데 일본어/영어만 잘 되나 보니 사용중에 무지 불편했음 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리 되었는데, 당시 소니는 엄청난 하드웨어를 자랑 (가볍고 빠르고 우아하고, 비싼건 덤이라 하자) 했지만 소프트웨어는 조악하여 소니 노트북에 딸려오던 그 수많은 부가 설치 소프트웨어들이 어떠했는지는 써본분들은 잘 알것이다. 게다가 조그셔틀같이 혁신적으로 보이지만 실상 쓸모없는 기능, 무언가 멋져보이는데 쓸모없는 하드웨어 (구글 이미지 검색으로 Vaio P 시리즈나 GT시리즈를 찾아보자) ATRAC등 호환 안되는 음원 규격등 삽질이 겹치고 애플이나 삼성이 심플하고 좋은 제품으로 밀려 들어오니 지금의 모습이 된 것이다. 노트북 부서는 매각했고 폰은 안팔리고... 게임기는 참 잘하지만.




지금은 이미 LG가 그런 방면으로 가전 빼고 맛이 갔으니 삼성도 아래와 같은 '자랑하기 위한' 기능은 그만 넣었으면 좋겠다. 넥5나 넥6같은 심플하고 안드로이드 철학에 맞는 하드웨어를 싸고 좋은 가격에 생산하고 장기적으로 자체 OS 개발 및 서비스 개발에 힘써주었으면 하는 생각인데, 그런 건 이미 샤오미같은 중국 업체가 선점한 분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