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3일 수요일

서평: 해커와 화가

http://www.yes24.com/24/goods/11775130?scode=032&OzSrank=1





제목에도 있지만 "해커와 화가"의 비유를 통해 결국은 프로그래머 = 예술가 임을 말하고 싶은게 아닌가 싶다. 사실 일맥 상통하는 점이 많은데, 결국 프로그래밍은 창작이고, 좋은 프로그램은 "아름다운"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열줄 써야 하는 코드가 5줄로 줄을때, 하지만 그렇다고 perl 의 one-liner 와 같은 난해한 코드가 아니라 딱 보고 금방 이해가 가는 "아름다운" 코드를 볼 때 더욱 그러하다.

결론은 강추천. 사실 이 책은 총 15장인데 프로그래밍에 대한 이야기는 10장부터 나오니까 2/3 은 사실 프로그래밍과 직접 관련은 없는 내용 들이다. 이분의 이야기는 이래저래 사실 내 취향에 직격인데... (perl 이나 FreeBSD 이야기도 종종 나오고) 1장부터 시작해서 계속. 몇가지만 인용해 보면

"... 비아웹에서 우리가 가진 규칙 중 하나는 어려운 상황과 마주쳤을 때 아래층이 아니라 위층으로 뛰어 올라가는 것이었다... 위로 뛰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나를 쫗아오는) 그 덩치 큰 친구에게는 훨씬 더 어려운 일일 것이다"

"우리가 리스프를 사용하고 있는 사실을 경쟁자가 안다고 해도 그들은 이 이유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 "그 이유를 알 정도로 영리하다면 그들도 이미 리스프를 사용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책에서 인용되는 그린스펀의 프로그래밍 규칙 중 열 번째. 원문 그대로 인용한다.

Any sufficiently complicated C or Fortran program contains an ad-hoc, informally-specified, bug-ridden, slow implementation of half of CommonLisp.

여담으로, lisp 에 대해서는 사실 그렇게 많이 써 본건 아니지만, 예전에 emacs lisp 패키지 중 ps-print.el 을 수정해서 버퍼에 들어 있는 한글을 프린터로 출력 가능하게 한 적이 있었다. emacs 내부 구조와 elisp 의 동작에 대해서 잠깐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처음에는 꽤 힘들었지만 일단 완성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꽤 만족했던 기억.


2014년 7월 11일 금요일

누가 AOSP 기반으로 폰을 만들면 좋을까

페이스북에서 이찬진님이 요즘 팬텍이 어려우니 회사를 살리고 구글과의 차별화를 위해서 AOSP 기반으로 가는게 어떻겠다는 글을 올리셨는데 이걸 보고 드는 생각.



삼성이 지난 실적발표에서 여러모로 충격을 주었고 최근에 미국쪽 언론에서는 삼성의 모바일폰 장래에 대해서 상당히 비관적으로 보는 것 같은데, 특히 소프트웨어 기반이 약다하는 점에서는 절대 동의하지만 삼성 (삼성은 구글과 관계가 있으니 아마 안하겠지만)이나 팬텍이 AOSP기반 폰을 만든다고 성공하거나 독립이 가능할 것이라 보지는 않는다.

중국의 수많은 AOSP 기반 안드로이드 폰 업체들은 사실 짝퉁폰 생산이 중점이거나, AOSP 기반이라고 해도 결국 구글 플레이나 여타 구글 앱을 편법으로 탑재해서 판매하고 있으므로 AOSP 기반이라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내가 갖고 있는 중국 안드로이드 폰도 바로 그런 건데, AOSP기반 안드로이드이지만 구글 플레이 및 기본 구글 앱이 모두 탑재되어 있어서 사실 AOSP로 분류하면 안될듯. Cyanogenmod 의 커펌 사용자들도 결국은 gapps 무단 설치를 대부분 하는것과 동일한 이치.

순수 AOSP 기반으로 가장 성공한 업체라면 아마존의 킨들 파이어 및 새로 발표된 파이어폰, 그리고 노키아의 노키아 X 폰을 들 수 있다. 이런 업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사실 AOSP 기반으로 폰을 만들었다고 할 때 가장 문제점이라고 하면 구글 앱 탑재가 불가능해서 생기는 다음과 같은 공백을 어떻게 채워 넣을까 하는 것이다.

- 초기화시 사용자 로그인 (안드로이드: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
- 메일 (안드로이드: gmail)
- 지도 (안드로이드: 구글 지도)
- SMS/MMS 이외의 메시징 시스템 (안드로이드: 행아웃) 

- 앱스토어 (안드로이드: 구글 플레이)

이외에도 사진 앱 등이 있지만 생략. 노키아 X는 만져본 적 없어서 모르겠지만 킨들 파이어 기준으로 하면, 사용자 로그인은 아마존닷컴 계정, 메일은 IMAP 기반 일반 MUA 앱, 지도와 메시징 시스템은 킨들에는 없고, 앱스토어는 아마존 안드로이드 앱스토어를 쓰고 있다. 아마 파이어 폰에서는 지도와 메시징 시스템을 추가 (메시징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하였을 것으로 생각 된다. 노키아 X 도 기사를 보면 위와 같은 점에서 추측하면 로그인은 MS Live 계정 (필수는 아닌듯) 지도는 Here Maps, 앱스토어는 노키아 앱스토어라고 한다.

즉 위의 기본적인 사항을 대체 가능해야 자사만의 제대로 된 AOSP 폰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인데, 삼성과 팬택의 문제는 그러한 사용자 기반 및 대체용 서비스가 부족하거나 아예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삼성의 경우 자체 앱스토어도 점점 축소하는 분위기이므로 삼성 ID과 챗온 등의 대체품이 있어도 실제 사용자가 너무 없으므로 어려울듯. 이 점은 자체 서비스가 없는 팬텍에 있어서는 거의 치명적이다.

위의 사항을 만족시킬 수 있는 회사는 사실 국내에서는 포탈 사업자, 특히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밖에 없다. 양사는 위 사항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

- 초기화시 사용자 로그인 (네이버나 다음이나 카카오 계정)
- 메일 (네이버나 다음 메일)
- 지도 (네이버나 다음 지도)
- SMS/MMS 이외의 메시징 시스템 (라인과 카카오)
- 앱스토어 (네이버 앱스토어)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SK플래닛도 가능할 것 같지만 아무래도 이통사 계열라 직접 그런걸 할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실 네이버는 인력만 조금 투입하면 AOSP기반의 네이버폰을 만드는게 어려운 일로 보이지 않는데 왜 시도를 안하는지 잘 모르겠다 (했는지도 모르지만 발매했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 봄) 다음도 카카오라는 강력한 메신저를 얻었으니 SMS/MMS 기능을 추가한 메시징 앱을 기본 탑재하면 (애플의 아이메시지를 생각해 보자) 나쁠 것도 없고. 추가로 이 회사들은 기본 사업인 검색 뿐 아니라 캘린더, 커뮤니티, 모바일 오피스, 사진 백업 스토리지, 일반 스토리지, 런처 등 상당히 광범위한 영역을 커버하고 있다. 아마존을 다시 생각해 보면 위 사항을 이미 다 커버하고 있고, 안드로이드 앱스토어도 킨들파이어 발매 이전에 이미 만들 걸 보면 이미 다 준비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따라서 팬택이 회생하려면... 네이버가 인수해서 팬텍을 OHA에서 탈퇴시키고 AOSP 기반의 네이버 폰을 만들면 (다음카카오로 바꾸어 써도 동일) 국내에서 일정 점유율은 유지할 수 있을 테니 좋지 않을까?

서평: 창업국가


창업국가란 즉 이스라엘을 말하는 것이다. 2차대전 이후 독립하여 여러 차례의 전쟁을 겪으면서 적극적인 이민 정책을 통해 나라를 키우고, 기술의 필요성을 통감하여 적극적으로 기술 개발 및 창업에 나서서 지금은 알아주는 기술 및 IT 대국이 된 이스라엘에 대한 이야기이다.

비슷한 처지의 국가로 많이 언급되는 것이 한국인데, 전쟁중인 환경 (뭐 이스라엘만큼 적국이 많고 빈번하게 실제 전투를 하는건 아니지만), 한정된 인력과 자원 등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겠지만, 또 다른 유사한 국가인 싱가포르의 예를 들어서 전쟁이나 인력, 자원의 한계만이 창업 국가를 탄생시킨 게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결국은 정치 지리적인 환경과 유대인의 문화가 결합되었고, 이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줄 지도자가 있었음에 가능했다는 이야기인데,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서 한국에서 실행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로 보이므로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는 어떻게 우리만의 장점을 살릴 수 있을지를 더 고민하는게 좋겠다고 본다. 어디서 본 글로는 이스라엘 사람은 막상 자국에 큰 IT회사가 없어서 (대부분 미국 가서 상장하거나 인수되니) 삼성이나 LG를 부러워 한다고.

창의력을 발휘하고 실행하는데 있어 수평적인 문화는 매우 중요하다고 보는데, 나이 따이지고 선후배 따지고 직급 따지고 하다보면 할말도 못하고 분위기도 읽어야 하는 한국의 회의 문화는 반성할 점이 많은게 아닌지. 미국서 몇년 일을 하다 보니 그런 점이 한국과 다르다고 보는데, 최근에 한국의 IT기업도 그런 수평적인 문화를 시도하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안다. 이런 점들이 잘 정착 되고 실제로 기업, 나라의 경쟁력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이러한 시도 자체는 장려되어야 하겠다.

책을 읽다 보니... 반대로 이스라엘의 문제라고 하면 결국 주변의 아랍 국가도 아니고 책에서는 잠시 언급하고 지나갈 뿐이지만, 기존에 알고 있었던 것 과는 달리 군대 안가고 일도 안하는 계층(유대교 근본주의 및 비 유대교 신자들)이 너무 많다는 것과 결국 좋은 군대 나와야 창업을 위한 커넥션이 형성된다는 건데 특히 전자는 생각보다는 큰 문제일듯. 우리나라는 군대에서 너무 배우는게 없어서 문제라, 어차피 징병제를 유지할 거면 특정 기술이라도 마스터할 수 있도록 더 신경써 주면 좋지 않을까 싶다.

최근에 우리나라도 스타트업 붐이라 할 만큼 창업이라든가 창업 지원에 대한 열기가 대단한데, 사실 그 붐을 지핀 책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 읽은 건 좀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

서평: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http://www.yes24.com/24/goods/12425534

기본적으로는 스티브 잡스 전기처럼 제프 베조스의 행적과 더불어 그의 회사인 아마존을 중심으로 아마존이 거쳐온 길과 제프의 비전의 실행을 통해서 이 회사가 어떻게 성공적인 인터넷 상점을 만들고 있는지에 대한 책이다.

의외로 재미있었는데, 잡스 전기만큼은 아니더라도 매우 특이한 인물인 제프 베조스에 대해서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곁들여서 재미있게 설명하는 책. 덕분에 인터넷 쇼핑몰인줄만 알았던 아마존닷컴이 겪어 온 여러가지 일들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최근에 IT분야에서 흥하는 AWS의 경우 기술은 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초점은 그쪽이 아니다 보니 자세한 내용을 기대하면 안되겠다.

오히려 닷컴이지만 쇼핑몰이기 때문에 업자와의 관계, 배송 등등에서 사투를 벌이는 아마존 직원들의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웠고, 이런 것들도 결국 기술로 해결하게 되는 점에서는 일반적인 인터넷 상점과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재고 보관 및 배송을 담당하는 FC (Fulfillment Center)에 대한 내용이 흥미로웠는데, 아래 비디오를 보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다.



IT 닷컴 스토리를 좋아하고, 잡스 전기를 재미있게 읽은 사람이라면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