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7일 월요일

COIN 리뷰


COIN은 샌프란시스코의 Coin, Inc. 에서 만든 신용카드형 결제 장치이다. 일종의 핀테크라고 할 수 있는데 국내에서는 여러가지 이유로 전혀 관심이 없는듯 하지만... 미국에 있는 관계로 예전에 올려 두었던 프리오더를 몇달전에 보내 주었는데 사용기에 대해서 까먹기 전에 써두고 싶다. 현재는 미국에서만 구입 가능. 사용 자체는 해외에서도 가능한 듯 싶은데 COIN을 설정하려면 계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 계정은 미국에서만 만들 수 있다.



COIN은 쉽게 말하면 신용카드처럼 쓰면 된다. 크기도 신용카드랑 동일하고, 뒷면에 자기대 (Magnetic Stripe)와 사인할 곳이 있다는 점도 동일한데 실제 보내준 버전은 뒷면에 개인 이름도 써 있다. 초기 버전에는 없었는데 개인 표시 및 상점에서 혼란을 막기 위한 용도인듯.

이 카드가 독특한 점은 사용자가 자신의 카드를 여러개 COIN에 등록해 주고 신용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하면 일종의 신용카드 복제 장치... 라고 보면 되는데, 카드를 등록하려면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폰이 필요하고, COIN 박스에 동봉된 카드 리더 (이어폰 포트에 연결)를 통해서 직접 긁어 주거나, 카드 정보를 수동으로 입력해 주면 된다. 이렇게 해서 최대 8개까지 카드를 등록할 수 있고, 평소에는 아무런 동작을 하지 않지만, 사용 직전에 전면의 원형 단추를 눌러서 (위에서 오른쪽 위의 원이 그려진 부분이 실제 눌려진다) 깨우고 다시 같은 단추를 눌러 사용할 카드를 선택하고 나면 (카드 번호의 뒤쪽 4자리가 보인다) 그 상태로 일반 신용카드를 사용할 것 처럼 긁어주면 된다. 분실을 대비해서 폰이랑 블루투스 페어가 끊기면 자동으로 기능 정지가 된다. 이외 신용카드가 아닌 카드 (포인트 카드 등)도 등록 가능하나 실제 사용 가능한지는 안해봐서 모르겠다.

이렇게 하면 실제 여러장의 카드를 갖고 다닐 필요 없이 COIN 한장이면 된다는 건데, 실제 사용해 본 바로는 몇가지 문제점이 노출이 되는데...

  • 일단 결제가 잘 되는 곳에서는 꽤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다. 슈퍼마켓이나 주유소 등에서 사용해 보았는데 기존처럼 긁으면 되는 지라 평소랑 다를 것이 없다. 이점이 COIN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다시 설명. ATM에서도 사용 가능하다고 하나 실제 시도해 보지는 않았다.
  • 이론적으로는 자기대 방식을 지원하는 카드 리더에서는 모두 문제 없이 돌아가야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호환되지 않은 상점이나 POS기기 리스트는 COIN FAQ에서 찾아볼 수 있다.
  • 폰이랑 페어링이 끊어지고 타임아웃 되면 사용 불능. 보안 기능이지만... 다만 인터넷 연결은 카드 등록 이외에는 필요하지 않으므로 실 사용에서 인터넷 연결이 필요하지는 않다.
  • 최대의 문제점이라면 아무래도 안되는데가 있을까봐 껄끄러우니 결국 신용카드를 한두장 같이 갖고 다니게 된다는 점.
보안에 대해서는 나름 신경을 쓴 부분이 보이는데 다음과 같다.
  • COIN은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 되고, 폰에 전용 앱을 설치해서 COIN 장치와 동기화한다. 즉 앱에서 사용할 카드를 관리하고, COIN과는 동기화만 한다는 점이 다름.
  • 선택후 긁으면 자동으로 락이 걸리고, 앱에서 위치 추적이 가능
  • 폰이 리셋되면 처음부터 다시 등록해야... 기존에 있던 COIN도 사용 불가능이 되므로 리셋 후 다시 동기화해야 함. 잃어버리는 경우를 감안하면 이렇게 하는 게 맞을수도. 다른 말로 하면 COIN 등록시의 계정에는 카드 정보를 애초에 업로드하지 않는다는 이야기.
국내에서는 아마 이런 종류의 기기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건 아마도 카드복제장치... 에 대한 거부감 내지는 합법성에 대한 의문일 텐데, 국내에서 이런거 팔아도 되는지 사실 모르겠다. COIN은 기존 카드사와 협력 관계가 아니다. 즉 허락 받고 하는게 아님. 그리고 마그네틱에서 칩 기반으로 옮겨가는 신용카드 시장도 관계가 있다. 이미 한국도 그렇고 유럽에서 카드 결제를 하면 보통 칩 기반 카드 + 사인 내지는 PIN으로 결제하는 경우가 이제 일반적인 경우인데 미국도 예외는 아니고 2015년 10월부터 카드결제하는 측(보통 상점)에서 EMV 기반의 카드가 아니면 사기 거래에 대한 면책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얼마 안 남았다). 따라서 기존의 카드 및 POS 시스템이 칩 기반으로 빠르게 옮겨가게 되는데 자기대 기반의 COIN은 칩 + PIN/사인에 대해서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이 최대 약점이 된다.

지금 발매중인 COIN 1.0 은 자기대 지원 방식이라 발표될 때 부터 이점에 대한 의문이 많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EMV 기반의 NFC 기능을 추가한 COIN 2.0 을 내놓기로 하고 기존 1.0 사용자에 대해서는 무료 업그레이드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아싸). NFC지원이라면 기존의 NFC방식의 스마트폰 결제 시스템과 유사하다고 생각이 되는데, 이게 애플 페이도 아니고 삼성 페이도 아닌지라 어떤 방식이 될지는 아마 2.0을 받아 봐야 알게 될 듯. 어쨌든 칩 + PIN기반의 방식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하는게 칩 방식 자체가 암호화 칩이라 자기대와 달리 복제가 불가능한지라 이게 된다고 하면 기존 카드 시스템 자체가 무너졌다고 봐야 하는지라...

사실 이러한 문제보다는 이 업체 자체의 문제도 있는데, 2013년에 프리오더를 넣어 놓고 까먹을 정도로 실제 제품 발송이 2015년까지 늦어진 문제가 있고 (중간에 얼리아답터 발송도 탈락...) 그 와중에 애플페이나 삼성페이 등이 런칭, EMV 칩 문제도 2015년으로 다가온 지라 2년 전에 실제 물건이 발송이 되었다면 좀 더 좋았을 텐데, 신뢰성의 문제도 포함해서 약간 실기했다는 느낌이 크게 든다.

애플페이나 삼성페이 이야기가 나와서, 차이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삼성페이는 실제 써보지는 않았으니 들어서 아는 한도에서만 이야기하면,
  • COIN은 아이폰 및 안드로이드 모두 지원. 카드 관리용 앱 설치 필요. 블루투스로 동기화. 폰에서 결제 하는게 아니라 COIN으로 결제.
  • 애플페이는 아이폰 최근 모델만 지원. 관리용 기능은 iOS 8 에 내장. 폰의 NFC로 결제하므로 다른 장치 필요 없음. 애플워치가 있다면 연동시킨 후에 워치로 결제 가능
  • 삼성페이는 삼성 안드로이드폰 최근 모델만 지원. 폰에 내장된 자기대 에뮬레이션 내지 NFC로 결제. 기어와는 아직 연동 안됨.
애플페이는 애초에 NFC방식이라 COIN과는 큰 관계가 없는데, 삼성페이는 기존의 자기대 카드 대신 자기대를 에뮬레이션해주는 자기장을 발생시킨다고 하고, COIN은 아예 자기대 자체가 달려 있다는 점이 큰 차이일 수 있다. 즉 미국 주유소나 ATM처럼 자기대 에뮬레이션으로 안되고 직접 카드를 넣어 주어야 하는 경우에는 COIN 방식이 유리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큰 차이라면 역시 카드사와 제휴를 했느냐 안했느냐인데, 애플페이나 삼성페이의 경우 카드사와 제휴해서 원타임 트랜젝션을 만드는 방식으로 보안성을 높인 것으로 아는데, COIN은 그냥 카드 복제에 불과하므로 기존 카드와 동일한 방식이라는 것.

COIN도 아이디어 자체는 좋아 보였지만 현실적인 구현 방식에서 여러가지 장벽을 만난 것으로 보이는데, 더 발전해서 NFC와 같이 새로운 방식도 모두 수용이 가능하고 폰 벤더에 관계 없는 범용 수단이 된다면 장래가 어느 정도는 있지 않을까. 또한 국내에서도 이런 것을 만들어서 판매 자체가 가능한지 핀테크적인 측면에서 법적인 문제는 없을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p.s. 유사한 제품으로 Qvivr 사의 Swyp 라는 제품이 있다. 현재는 프리오더 중인듯.













2015년 9월 4일 금요일

Apple Watch와 세가지 질문

사진은 굳이 올릴 필요 없으니 패스.

내건 밀레니즈 루프 42mm 모델인데, 사실 구매하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일단 시계줄 때문이라 말할 수 있다. 그냥 괜찮아 보여서.

애플워치를 차고 다니니까 (뭐 실리콘밸리에서는 꽤 보이는 편이다. 밸리 밖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마 별로 없겠지...) 가끔 사람들이 물어보곤 하는데 90%의 확률로 첫 질문은 왜 샀어요? 인데 보통 시계를 왜 샀냐고 사람들에게 물어보지는 않는걸 보면 기본적으로 애플워치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 짐작은 된다. 시계 사는데 큰 이유가 있을 리가 있나.

그러니까 애플워치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말고 (애플스토어 가면 테스트도 되고 직원에게 이야기하면 시착도 해 볼 수 있으니) 그냥 시계를 하나 샀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 거라 본다. 시계라는게 요즘에는 사치품에 가까워서 일단 일반 시계도 조금만 괜찮은 거 사려면 애플워치 가격 나오는 건 일도 아니니까. 따라서 본체에 색과 크기말고 다른게 없는 애플워치를 고를 때에는 그냥 시계줄 보고 사는게 정답이다. 이미 시계줄만 따로 팔고 있는데, 2세대가 나오게 되면 반대로 본체만 팔아도 좋을것 같다. 시계줄은 있는거 그냥 쓰면 되니까.

따라서 나도 90%의 시간을 그냥 시계로 쓰고 있다. 앱이나 부가 기능은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는데, 그 전에 차고 있던 페블을 생각해 보면 그것도 시계 이외의 용도로는 거의 쓸 일이 없어서 (기껏해야 노티 보는 정도) 시계 이상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두번째 질문은 시계 이외에 쓸만한 기능이 무언가 하는 건데 내가 볼 때에는 단연 Activity 이다. 이걸 추가하는 것 만으로 그전에는 활용성이 제로에 가깝던 아이폰의 Health 앱을 띄워 보는게 의미가 있게 된다. 그리고 하루 목표 채우기 위해서 굳이 더 걸어 다니게 되는 장점도 있고. 폰만 있을 때에는 Moves 앱으로 만보정도 채우는게 목표가 되었다면 워치의 Activity 앱으로는 다른 것들도 같이 볼 수 있게 되니 그런 점에서는 페블에 없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가격차가...)

그외 서드파티 앱들은 대부분 쓸모가 없어서, 원래 아이폰 앱으로 디자인 된 것들이라 사실 복잡한 UI가 불가능하니 일부 정보를 보는 정도밖에 못한다. 가령 애플워치에서 메신저 앱으로 뭘 할 수 있을까? 채팅이 거의 불가능하고 메시지야 노티 보면 되는데. 시티뱅크 앱은 계좌 잔고 등의 요약 정보를 보여 주는데 이건 또 개인 정보가 너무 노출되는 것 같아서 싫고, Swarm 앱은 체크인이 가능한데 뭐 생각하던 그 장소라면 문제 없지만 장소를 바꾸어야 하면 그것도 꽤 귀찮다. 아직까지는 애플에서 제공하는 기본 앱 이외에 서드파티 앱중에 쓸만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고, 아마 향후에도 계속 그러지 않을까 한다. 주된 이유는 UI의 제약 때문인데, 이미 기본 기능과 센서 등은 기본 앱으로 충분한지라 어떤 혁명적인 앱이나 UI가 등장하지 않는 한 워치에서의 서드파티 앱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그외에는 노티 날아오고 페블 대비 한글 걱정 안한다는 것 정도. 용두 인터페이스는 신기하긴 한데 용두 단추와 그 아래의 단추의 용도가 사실 구분이 안되어서 이 부분은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애플로서는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 용두 하나만 남겨 두어도 충분할 것으로 본다. 오래전에 매킨토시용 마우스에 단추가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리고 하나만 갖고도 별 문제가 없다는 점에) 그런정도의 노력은 필요하지 않았나 본다. 용두만 있으면 더 시계같아 보이기도 하고.
 
세번째이자 보통의 마지막 질문은 배터리가 얼마나 가느냐 하는 것이다. 페블을 처음에 차고 있었던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배터리였는데, 페블은 정말 충전 안해도 일주일을 유지하기 때문에 큰 주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었다. 워치의 경우에는 하루밖에 안간다고 해서 불만들이 많았던 것으로 아는데, 하드웨어의 차이 때문이지 컬러와 터치 디스플레이를 갖는 경우는 다들 마찬가지인 것으로 안다. 그런데 내 경우는 주 용도가 시계와 Activity 라 그런지 (즉 조작할 일이 별로 없음), 9-10시간 정도 밖에서 보내고 퇴근해서 충전 케이블 연결하면 보통 75%는 남아 있다. 따라서 하루이틀 충전 잊어도 큰 문제는 없는데, 보통 폰이랑 세트로 들고 다니게 되다 보니 그냥 폰 충전할 때 같이 충전하는 버릇이 들어 버린다.

사실 충전케이블은 좀 불만이 있는데, 범용적인 USB를 애플에게 바라지는 않아도 라이트닝 정도였으면 호환성도 있고 좋았을 텐데 플러그가 없는 비접촉식의 충전 방식을 쓰는지라 동봉된 전용 충전 케이블이 아니면 애초에 충전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단점이다. 출장갈 때 케이블 잊으면 그걸로 끝이라는 이야기. 게다가 충전시에 별로 멋있지도 않고... 물론 '나의 소중한 애플워치에 케이블 단자 구멍은 안된다는!' 과 같은 디자이너의 마음은 이해 못하는건 아니지만.

아, Activity 이야기를 하면 '그냥 핏빗 사면 더 싸고 좋지 않나요?'하는 이야기를 듣는데 이건 시계로 산거고 나머지는 다 덤입니다. 그렇게까지 운동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고...

페블도 그랬지만 소위 스마트워치를 두개 써 본 입장에서는, 현존하는 하드웨어의 제약인지 상상력의 부족인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스마트폰처럼 범용적이 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 사실 이건 배터리 제약 등의 문제가 아니라, 그 작은 디스플레이를 갖고 할 수 있는게 UI의 제약이 가장 큰 문제이다. 스마트폰이 점점 커지는 이유가 답답해서인데, 워치는 갈수록 작아지지 커지지는 못하는 것이고, 완전 인공지능 음성인식이 당분간 될 리도 없고, 개인이 부담 없이 착용할 수 있는 몸에 바로 붙는 센서의 역할이 가장 크지 않을까 한다. 그외에는 아직 단순히 킬러 앱이 등장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따라서 원형이나 사각형이냐 배터리가 며칠 가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시계 외에의 용도에서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용도를 찾아내는 것이 제일 큰 과제일 거라 본다. 스마트폰 초기에는 다들 화면도 작고 해상도도 낮고 배터리도 얼마 못갔지만 몇몇 킬러 앱들 때문에 순식간에 확산 되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