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11일 금요일

이세돌9단 vs 알파고

일단 한국 밖에서는 별 관심 없는것 같고 (미국 미디어에 소개는 되는데... 바둑이라는데 미국서는 생소한 게임이다 보니 아무래도 관심은 적은듯. 우리가 체스경기에 별 관심 없듯이) 사실 나도 바둑을 둘 줄 몰라서 그런지 관심은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오히려 주변의 반응을 즐기고 있는 듯.

내 관점에서는 체스나 바둑이나 정해진 룰 안에서 이루어지는 게임이고 컴퓨터는 정해진 룰 안에서 정해진 알고리즘대로 움직이는데는 인간을 능가하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구글과 같이 거의 무한의 컴퓨팅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곳이라면 더더욱 제한이 없어질 것이라 보므로, 일개 인간과 무한의 컴퓨터 자원의 대결이라면 인간이 이길 확률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제 이세돌9단이 3연승으로 인간의 자존심을 지킨다고 해도, 다음번 경기에서 그렇게 될 확률은 더더욱 낮을 것이므로. 카스파로프가 졌고 이제 스마트폰 안의 체스 프로그램조차 당신이 이길 확률이 없듯이, 바둑도 그런 수순을 거칠 거라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미래에 인공지능이 인간의 직업을 많은 부분 대체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인간이 기계의 노예가 된다거나, 취직자리가 없을까봐 걱정하는 것은 지나친 걱정이라 본다. 인공지능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이미 많은 일자리가 간단한 자동화만으로도 없어지고 있고 그런 경향은 이미 르네상스 이후 산업화에 의해 지난 2-3백년간 계속된 현상이다. 처음에는 인간으로 때우다 반복 작업을 기계로 대치하는 건 새로운 현상이 전혀 아니라는 의미이다. 아마 인공지능과 3D프린터를 결합하면 새로운 조각 미술을 만들어낼 수 있겠지만 그것이 조각가라는 직업이 영영 없어지는 건 아니라는 건 인간이라면 직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해야 할 것은, 단순하고 범위가 정해진 내에서 효율을 따지는 건 점점 기계에게 맡기는 것이고 그러고 나면 또 새로운 분야,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전화 시대 초기에는 교환원이 필요 했지만 자동 교환기가 발명된 이후에는 필요 없어진 직업이고, 교환원이 없어진 대신 다른 직업이 생겨 났다. 피처폰시대에 제한적인 앱 개발하던 것이 스마트폰이 생겨서 기존에는 없던 앱 개발자라는 직업이 대대적으로 생겼고, 만약 앱 개발이 인공지능화 된다면 그걸 이용해서 돈을 버는 또다른 직업이 생겨날 것이다. 물론 100명이 하던 걸 5명+기계가 하면 된다고 하면 나머지 95명은 무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겠지만, 그건 기본적으로는 지난 200년간의 산업 발전을 되돌아 볼 때 "당장 직업을 잃게 되니 대책을 만들어 내라는 현실파" vs "기술의 발전이 또 다른 직업을 만들어 낼 거니 걱정 없을 거라는 낙관파" 간의 갈등에 다름 아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이제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분야를 마련하고 대신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심도있게 해야 한다. 인간의 호기심과 그에 따른 과학 기술의 발전은 자본에 의해 일시적으로 제어될 망정 제어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런 발전을 특정 자본에게 유익하게만 하지 않도록 제어하는 역할이 필요하고, 기술이 폭주하지 않도록 제어하는 역할도 필요하다. 이건 이미 기존에 존재하는 정치경제 제도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기술의 무한 발전은 이미 피할 수 없고 인간의 그것에 적응하는 일 빼고는 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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